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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디오더 1886에 대한 잡담



1.

디오더:1886(이하 디오더)은 아무래도 슈팅게임이라고 하면 안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오더에서 전투는 텔테일 게임즈의 워킹데드에서 나오는 전투와 비슷한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컷신의 비중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디오더는 컷신, 탐색, 커버 기반의 슈팅 전투, 혼종과 전투, 혼종 보스전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인상적인 건 역시 그래픽입니다. 컷신과 플레이의 그래픽 품질이 그대로에다가 자연스럽게 플레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컷신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구간에 도달해도 그걸 인지를 못 하고 멍때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컷신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서도 유지되는 시네마스코프 비율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작 가능한 부분이 뜨면 조작에 대한 설명이 뜨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연결과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디오더가 슈팅의 정체성보다는 인터랙티브 무비를 표방한다고 생각됩니다.

 

3.

탐색 파트에서는 플레이어는 조작할 수 있지만 거의 제한적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간단한 파쿠르를 하기도 합니다. 정보가 많이 나오는 컷신과 긴박한 전투 사이에서 휴식시간을 제공하긴 하는데 문제는 너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버립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탐색 파트에서는 게임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고, 등장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대화나 이벤트들이 발생하지만 디오더의 탐색파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필드에 놓여 있는 물건들은 시나리오나 등장인물과 연관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런 물건들을 또 굳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쓸모 없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처음에는 몇 번 해보다가 결국 쓸모없음을 깨닫고 거들떠보지도 않게 됩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는 컷신에서 하기 때문에 대화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탐색파트는 의미 없는 빈 공간으로 채워지게 되고 남는 건 길 찾기뿐입니다.

 

4.

전투는 정말 재앙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적어도 2015년에 나올 법한 물건은 아닙니다.



전투의 문제점은 이 전투 시퀀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전투는 전형적인 커버기반의 슈팅게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하나도 발전을 하지 못한 구성을 보입니다. 이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제일 유효한 전법은 그저 숨고 쏘기입니다. 만약 여기서 전황을 바꾸고자 전진했다면 계속해서 보충되는 일반 병사에게 포위당해서 죽을 것이고 돌파하기도 전에 샷거너에게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적은 수류탄 같은 곡사 무기를 거의 쓰지 않아서 전선이 유동적으로 변경되지 않습니다. 숨고 쏘기를 계속해서 전선을 유지하면 플레이어가 이기는 것이고 샷거너에게 뚫리면 지는 겁니다. 얏찌가 비꼰 대로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거의 발전하지 않은 구성입니다. 적들을 죽여도 똑같은 적들이 증원으로 와서 똑같은 전투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심심한 구성의 전투를 거의 4분 동안(중간에 죽으면 +α) 반복합니다. 원래 커버기반의 슈팅 게임은 숨고 쏘는 것이 메인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하면 패턴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여러 요소가 들어갑니다. 특히 커버기반의 슈팅 게임들은 한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가능하므로 전선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플레이어는 상황에 따라서 전선을 돌파해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주고 후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동적인 전선을 만드는 요소로 자주 쓰이는 것이 바로 수류탄입니다. 하지만 디오더에서는 수류탄을 가진 적도 적을뿐더러 수류탄이 날아와도 X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전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계속 싸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샷거너 때문에 전선을 뚫고자 하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샷거너의 행동 패턴은 그저 닥치고 돌격이기 때문에 샷거너가 나오는 순간은 그저 우선 목표를 샷거너로 해서 가까이 오기 전에 죽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저 했던 대로 전선을 유지하며 계속 싸우면 됩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의미 없는 충원으로 전투 시퀀스를 질질 끌게 됩니다.


5.

혼종과 전투도 너무 반복적 입니다. 엄폐할 필요가 없는 것 빼고는 사람과 싸울 때랑 비슷하게 싸우면 됩니다. 혼종의 패턴도 돌격했다가 맞거나 피하면 바로 빠졌다가 나중에 다시 돌격하는 구성으로 무한정 반복 됩니다. 피하는 것도 수류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타이밍에 맞춰서 X를 누르기만 하면 무조건 피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저는 이동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자리에 박혀서 보이는 혼종을 쏘면 됩니다.

보스전도 공격이 3가지로 나뉘어져 있지만 다 필요없고 강공격 한번 때리고 회피 하고 강공격한번 하는 식으로 무한 반복하면 깰 수가 있습니다. 그나마 첫번째 보스전에서는 첫번째 보스전이기도하고 주인공이 밀리는 느낌이 들어서 긴장감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두번째 보스전에서는 이미 보스전에 대한 학습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습니다. 이미 썼던 걸 다시 써먹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은 없지만 문제는 한 번만 플레이해도 전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얉은 게임성 때문에 이걸 한 번 더 넣는다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집니다.


6.

시나리오는 프롤로그에 불과합니다. 뿌려놓은 떡밥들이 많아서 앞으로 얘기가 기대가 되긴 하지만 이 이야기만 두고 보면 좋은 이야기라고 보긴 힘듭니다. 일단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기가 힘듭니다. 주목할만한 대사는 엔딩에서 챈슬러 경이 말한 “인간은 이런 삶을 살아서는 안 돼.”라는 대사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을 게임 중반에 이그레인 경(이시) 이 “더 이상 못하겠어요... 이런 삶... 이런 건 부당해요... 당신과 전... 우리 둘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해요.” 라고 말합니다. 우선 이런 삶이 뭔지, 왜 나쁜 것인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습니다. 왜 이들이 이렇게 살기 싫다면서 목숨을 연장하면서까지 오더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챈들러는 루칸을 오더로 키우지 않고 평범하게 키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루칸은 오더의 사령관이라는 높은 직책에 있고 부족함이 없는 삶일 텐데 왜 굳이 혼종을 돕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같은 동포를 위해서라고 퉁쳐버리고 넘어가 버립니다. 엔딩도 불만입니다. GTA5의 엔딩과 얼추 비슷한 경우인데 그냥 문제의 대상을 찾아서 죽여버리는 것으로 결말을 내버립니다. 물론 디오더는 후속작을 내야 하므로 딱히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주요 조연들도 후속작을 위해서 게임 후반이 되면 전부 이야기에서 사라집니다.


7.

디오더는 게으름의 산물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을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생각해서 게임 부분을 가벼이 여긴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전체 플레이타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분량을 그냥 구색 맞추는 용도로 넣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유야 어쨌든 디오더는 빈약한 시나리오와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투가 합쳐서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P.S.

2편이 나오면 저는 아무래도 뒷이야기가 1편보단 재밌을 것 같아서 살 것 같긴 합니다만 아마 2번째 작품도 트릴로지를 의식해서 이야기를 잘라먹는 건 아닐까 매우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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