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는 게임 그 자체로나 외적으로나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P.T는 2014년 게임스컴에서 특별한 정보 없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PSN으로 무료로 풀렸습니다. 눈치 좋은 사람이라면 이 게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이 게임은 고의로 숨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보를 꼭꼭 숨겨놨었습니다.
이 게임은 고의적으로 게임을 난해하게 만들어서 클리어 시간을 (주목을 충분히 끌 만큼)지연시켰고,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특히 게임의 마지막 루프는 악랄해서 몇 시간 동안 깨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었고, 깨는 방법이 랜덤이다 라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결국 엔딩에서 게임의 정체를 밝히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게임이 유명 프랜차이즈인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신작에 코지마 히데오, 기예르모 델 토로, 노먼 리더스가 참여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앞으로 나올 사일런트 힐즈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본 게임을 홍보하는 ‘티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당연히 게임이 재미가 있으니 이런 것들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게임 외적으로) 리액션을 강조합니다. 우선 공개 트레일러도 마지막은 리액션으로 끝을 냅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동경게임쇼에서 내보낼 리액션 동영상을 투고 받았습니다. 게임 실황 중에서 인기 많은 영상은 공포게임입니다. 자신이 무서워서 못하는 것을 대신 플레이 해주기도 하고 게임 시연자가 제일 극적으로 리액션을 하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플레이스테이션4는 영상을 녹화해서 유튜브로 손쉽게 업로드 하거나 아니면 곧바로 인터넷으로 스트리밍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히 P.T는 꼭 직접 플레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사일런트 힐즈라는 게임을 홍보하면 됩니다.
P.T.가 놀라운 것은 이러한 것들이 그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충분히 계획된 물건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은 따로 놀지 않고 조화롭게 잘 돌아갑니다.
2.
이 게임은 티저입니다. 결국 이 게임만으로는 이야기가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추측일 뿐입니다. 정확한 해석은 본편이 나와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일런트 힐즈는 취소되었으니 이제 추측만 가능합니다. 밑의 글은 쓰잘데기 없어서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Watch out. The gap in the door... it's a separate reality.
The only me is me. Are you sure the only you is you?
첫 번째 루프
짝짓기를 하는 바퀴벌레를 보면서 시작합니다. 바로 눈앞에는 조명이 비추어진 문 하나가 있습니다. 문에 들어가기 전에 벽을 살펴본다면 빽빽하게 숫자를 센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뭔지 모릅니다. 일단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라디오에서 한 아버지가 가족을 죽이는 이야기가 뉴스로 나옵니다. 하지만 들어보면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뉴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디테일합니다. 정황상 목격자가 있을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뭐 어떻게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뉴스에서 그것도 일가족 살해를 이렇게 디테일하게 보도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아마 보통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은 별로 살펴보지 않고 다음 문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두 번째 루프
문을 열자마자 이상함을 느낍니다. 바로 전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뭐가 달라졌는지 알기 위해서 공간의 디테일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똑같은 맵, 거기에 들어오자마자 전과 똑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고 자신이 똑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출구가 잠긴 것을 알게 되고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가게 됩니다. 이제 이 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디테일을 신경 쓰게 됩니다. 부부사진이 보입니다. 아마도 살인이 일어났던 그 가족일 겁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진에 아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 술병과 맥주 캔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한 명(아마도 살인범인 아버지로 추정)이 술을 자주 마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화장실 문 앞을 지나면 화장실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제 화장실에 뭔가가 있다는 암시를 주며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출구가 열려있습니다. 이 루프에서 플레이어를 맵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가게 해서 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장하고, 이 게임에서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세 번째 루프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넘어왔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똑같은 복도입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로 긴장감을 고조 시킵니다. 화장실 문 앞에 가면 갑자기 문을 두들겨서 깜짝 놀래 킵니다. 그 이후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장실에 있던 ‘뭔가’는 어떤 ‘존재’인걸로 판명됩니다.
네 번째 루프
이제 똑같은 맵이 나와도 놀랍지 않습니다. 출구가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저절로 문이 닫힙니다. 그러자마자 화장실 문이 살짝 열립니다. 위험하고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가야만 합니다.(모든 공포게임의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서 아기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문을 들여다보면 처음으로 여자 귀신을 보게 됩니다.
다섯 번째 루프
문을 열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고 코너를 돌아보면 조명 때문에 정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여자 귀신이 서 있습니다. 역시나 위험하고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가야만 합니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귀신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계속 들립니다. 전까지만 해도 귀신이 어디 있었는지 알았지만 이제는 모릅니다. 계속 전진하면 다시 불이 들어오고 흐느끼는 소리도 사라집니다. 이제야 겨우 안전해졌습니다.
여섯 번째 루프
코너를 돌면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립니다. 화장실을 보니 손전등이 있습니다. 화장실이 무서운 공간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그걸 손전등이 무마시킵니다. 보통 공포게임에서 손전등은 기본 적인 생존도구로 제일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입니다. 기존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화장실이 어떤 곳이었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손전등을 챙기러 들어갈 겁니다. 손전등을 챙기자마자 문이 닫힙니다. 화장실에서 갇힌 플레이어는 방을 살펴보면 세면대에 태아가 있는 걸 알게 됩니다. 심장이 뛰는 것까지 다 보이는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출구 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BGM도 심상치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문을 몇 번 열려는 시도를 하다가 포기합니다. 그리고 문이 열립니다. 거울을 보면 의도적으로 PC(플레이어 캐릭터)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얼룩으로 가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PC가 노만 리더스라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입니다. 얼굴을 가리게 되면 얼굴에 관심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얼굴이 궁금하게 됩니다. PC의 얼굴은 결국 엔딩에서 큰 반전으로 다가옵니다.
일곱 번째 루프
전 루프에서 손전등을 얻어서 이번엔 대놓고 조명이 어둡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루프1에서 들렸던 라디오가 다시 들립니다. 하지만 중간에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Don't touch that dial now, we're just getting started.
아나운서가 우리를 향해서 말을 건 순간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나운서의 존재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You can't trust the tap water.
수돗물에 불소처리를 하는 것이 공산주의자의 짓이라는 음모론이 떠오르긴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더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204863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게임에서 언급되지만 티저의 내용만 가지고는 더 알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Look behind you. I said, look behind you.
이 루프에서는 귀신이 갑자기 나옵니다. 뒤를 돌고 난 다음에 애매한 타이밍에서 귀신이 나타납니다. 이 나오는 타이밍이 랜덤이라서 귀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해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루프에서 그냥 아무 짓도 안 하고 바로 출구로 나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냥 지나가지 말라고 아예 출구를 막아버리기까지 합니다. 이 단계를 클리어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방을 돌아다니다가 귀신과 조우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귀신에게 목이 꺾이는 이벤트가 끝나고 일어나면 첫 번째 단계에서 시작했던 그곳에서 시작합니다. 눈치가 빠르다면 게임이 처음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짝짓기 하던 바퀴벌레의 유무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단계에서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구석부분에 피가 고여있는 종이 봉투가 보입니다. 종이 봉투를 관찰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I walked. I could do nothing but walk. And then, I saw me walking in front of myself. But it wasn't really me. Watch out. The gap in the door... it's a separate reality. The only me is me. Are you sure the only you is you?
화자는 걸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마침 플레이어도 이 게임에서 걷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긴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나’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과연 그 ‘나’는 누구일까요? 유일한 나는 과연 나뿐일까요?
이 단계를 벗어나는 방법은 사진에 있습니다. 사진 하나가 전과 다릅니다. 사진에는 X표시와 함께 Gouge it out! 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X버튼을 누르면 여자의 오른쪽 눈에 총알 자국이 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여자 귀신의 오른쪽 눈이 없는 걸로 보아 동일인물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 오른 눈이 너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거든, 빼서 내버려라. 신체의 한 부분을 잃는 것이,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더 낫다. -마태복음 5:29
출구의 위에는 Forgive me, Lisa. There's a monster inside of me 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아무래도 남편이 한 말 같습니다. 여자 귀신의 이름은 리사겠구요. 그리고 중요한 점은 다른 존재가 본인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살인의 주체는 남편이 아니라 귀신에 들렸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루프
여전히 조명은 어둡습니다.
갑자기 유리창이 떨어집니다. 아무런 분위기 조성도 없이 바로 떨어진 것이니 호러보단 테러에 가깝다고 봐야겠습니다. 마침 유리창이 떨어져서 고개를 돌린 곳에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I can hear them calling to me from ( )
문장은 완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리창이 떨어지고 바로 발코니 쪽을 바라보면 리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용히 지켜만 보다가 어둠 속으로 뒷걸음치며 사라집니다.
아홉 번째 루프
붉은 조명과 함께 피를 쏟는 냉장고가 위태롭게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서 냉장고에 뭔가가 있는 듯 합니다. 냉장고에 가까이 가면 남편이 살해 직후 정원호스로 목을 맸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라디오 메세지가 하나가 아니라 2개가 동시에 나오는데 하나는 정원호스, 하나는 탯줄이라고 얘기합니다. 라디오의 내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열 번째 루프
이젠 다른 조명들까지 붉은 조명으로 바뀌었습니다. 냉장고는 발광을 하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퍼즐을 깨지 못하면 계속 무한루프를 돌게 됩니다. 퍼즐을 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화기 옆에 있는 HELLO라는 낙서를 냉장고 근처에 있는 I can hear them calling to me from ( )라는 문장에다가 HELL만 옮겨서 문장을 완성시키면 됩니다. 문장을 완성시키면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문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한 번째 루프
냉장고는 사라졌지만 붉은 등이 대신 흔들리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스웨덴어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믿지 마라, 경찰도 믿지 마라, 전부 조종당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으니 B급 영화에서 외계인들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75년전 라디오 드라마를 언급하는데 1938년에 오손 웰즈의 우주전쟁이 방송되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76년 전이었습니다. 사일런트 힐의 전통인 UFO엔딩 떡밥인듯 싶습니다.
열두 번째 루프
갑자기 모션 블러가 심해지더니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주변에 있는 액자에서 눈이 계속 돌아갑니다. 디테일에 신경쓰기 힘들지만 신경 써줘야 합니다. 유일하게 닫혀있는 화장실의 벽을 보면 액자가 떨어져 있고 조그마한 구멍이 있습니다. 그곳을 들여다보면 선동을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죽는 것일까요? 화장실에 숨었던 건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딸은 가슴에 총을 맞고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총소리는 나지 않고 칼을 가지고 죽인 듯 합니다. 어쩌면 첫 번째 루프 때 라디오에서 말한 고기 칼과 라이플로 살해당한 다른 가족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살인 장면을 다 보고 나면 구멍 위에 되돌릴 수 없다 라는 글이 써져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남편이 직장에 잘리고 술에 빠져 살았다는 것과 대신 아내가 마트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세 번째 루프
방금 전 루프에서 극적인 공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엔 다른 변주 없이 거의 원본 상태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0:00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이 잠겨 있어서 나갈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방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204863이라는 친숙한 숫자가 들려오다가 갑자기 게임이 에러 메세지를 띄우며 재 시작 됩니다.
이제 게임은 게임 바깥까지 진출합니다. 게임은 멈추면서 랜덤하게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출력합니다.
-This game is purely fictitious. It cannot harm you in any way, shape, or form.
게임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인지하지도 조차 못한 사실이지만 이렇게 아니라고 부정하면 그것에 대해서 의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Fix this damn bug (cause = ??) before release!
-Development halted due to inexplicable bug.
버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닥 특이점은 없습니다.
-I'm heading there now.
-I'll call later.
게임이 해를 끼치지 못한다고 했지만 게임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있습니다.
-Knowing you, I was sure you'd notice this game and play it. I will never – can never – forget that
day 20 years ago. I have something to tell you. Contact me. – J.
제일 흥미로운 메세지입니다. J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고, 무슨 게임인지. 왜 하필 20년 전인지 궁금합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일까요? 아버지가 딸에게 말한 것처럼 그저 게임일 뿐일까요?
열네 번째 루프
게임이 재 시작 되고 문을 열면 이제 조명은 다 꺼져 있습니다. 시계는 다시 23:59을 가리킵니다. 실제 시간으로 1분이 지나면 게임 내의 시계가 0:00이 됩니다. 이제 클리어하기 위해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딱 10걸음만 걷기와 패드에 진동이 오면 가만히 있기만 확실하고 나머지 하나가 불확실합니다. 보통 듀얼쇼크에 마이크를 꽂고 있으라는 얘기가 많은데 저도 이 방법으로 2번 깼지만 이게 확실한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에서 제일 악명 높은 부분으로 방법을 모르면 몇 시간을 해도 클리어 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웃음소리 3번을 들으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새 장난감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이 게임이 사실은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신작이라는 것을 밝힌 이후 게임은 끝이 납니다.
3.
일반적인 가정을 다룬 공포물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스테레오 타입이긴 하지만 가정에서 아버지가 맡는 역할 중에 하나가 가정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물리적으로 힘이 제일 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포물에서는 아버지는 힘이 세봤자 귀신에게 무기력하고 아니면 반대로 가족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물리적으로 아버지는 제일 세다는 말은 반대로 아버지가 가족을 해하려고 한다면 가족 구성원 중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게임에 나오는 아버지는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술에 빠져 산 걸로 추측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귀신에 쓰인 걸로 보입니다. 게임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나의 존재와, 남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내 안의 괴물. 그리고 직접 현장에 있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아나운서의 자세한 상황묘사를 보아하니 살인이 남편만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원흉은 아나운서인 듯싶습니다. 아까도 얘기한 아나운서의 상세한 묘사, 화장실에서 선동하던 목소리, 그리고 그는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얘기합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일단 남자입니다. 일단 외모만 봐서는 한 가정의 아버지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는 선택 받았으니 제가 생각하는 장난감의 뜻이 맞다 라면 아나운서가 말한 새로운 장난감은 그가 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만약 엔딩에서 나오는 대사가 주인공을 향해 한 말이라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살인범이고 주인공은 살인사건의 생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라디오에서 아나운서는 10살난 아들을 쐈다고 했지 죽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멈출 때 나오는 오류 메세지 중에서 20년전 절대 잊지 못할 그날이 그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노만 리더스의 나이가 좀 많긴 합니다. (제 말대로라면 주인공은 30대 정도 할 텐데 말이죠.)
그리고 게임은 한 가족이 아니라 두 가족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첫 번째 라디오 메세지에서 남편은 경찰에게 발견되었을때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고 했지만 다른 라디오 메세지에서는 정원호스에 목을 매단 채로 발견됩니다.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도 첫 번째 라디오에서 언급한 내용과 다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번째 라디오 메세지에서 이와 비슷한 다른 가족 살해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4.
이 게임의 공간은 ㄱ자로 되어있는 복도와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코너를 돌기 전의 공간은 변화가 다채롭지는 못합니다. 이 공간의 제일 중요한 목적은 ‘같은 곳’을 돌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소품이 추가되거나 하는 일은 없고 끽해봤자 조명이나 시계 같은 걸로 소극적으로 변주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코너를 돌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합니다. 대부분의 무서운 일들은 코너를 돌고 나서 일어납니다. 맨 처음 복도에 들어오면 코너 너머로 어떤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공간이 위험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소리만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험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화장실도 중요합니다. 폐소공포증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좁고,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입니다.
2층 발코니의 존재는 우리가 잘 보지 않는 2층까지 걱정하게 만듭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유리창,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서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냉장고는 우리가 더 위를 걱정하게 만드는 소품입니다.
5.
P.T.는 디어에스더나 곤홈 같은 류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비교적 좁은 어떤 공간에서 최소한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 공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조그마한 디테일을 신경 쓰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그에 담긴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되고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코지마는 인디게임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유저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인디 게임스럽게 조작감을 일부러 구리게 했다는 얘기까지 합니다.
6.
코지마의 시도는 매우 훌륭했고 잘 먹혔습니다. P.T.는 정말 시대에 맞는 홍보를 보여준 게임입니다. 다른 말로 얘기하자면 게임이 발매됐을 당시가 아닌 이후에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감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게임이 호화 제작진으로 이루어진 사일런트 힐즈의 티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방법은 인터넷에 널려있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사일런트 힐즈 개발 취소로 인해 P.T. 자체도 PSN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사일런트 힐즈의 끝은 비록 안 좋게 끝났지만 P.T. 발매를 함께 즐긴 사람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됐을 거라 생각됩니다.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쉽게 됐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