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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어쌔신크리드:유니티 잡담






0.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쌔신크리드 유니티(이하 유니티)는 엄청난 실패입니다. 전작에서 이룬 많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성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1.

개인적으로 전작의 컴패니언 앱은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로 쓸 수도 있고 항해 도중에 손이 비면 함대를 다른 곳에 보내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니티의 컴패니언 앱은 있으나마나 입니다. 직관적이었던 전작의 컴패니언 앱과 달리 유니티의 컴패니언 앱은 미션을 하는 방법이나 보상을 받는 방법 등이 복잡해져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이건 본편이 재미없어서 애정이 없는게 큰 것 같지만...) 거기에 전작처럼 배를 타는게 아니라서 손이 항상 바쁘기 때문에 따로 핸드폰을 들어서 지도를 조작하기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문제는 맵이 3D로 제작되어서 보기에는 예쁘지만 너무 무겁습니다. 배터리를 너무 잡아먹기 때문에 밖에서 게임을 안 할때 잠깐 미션 돌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2.

이번 작품에서는 암살에 대해서 집중합니다. 한 시퀀스의 피날레는 암살미션이 장식하고 있고 그 전의 미션들은 암살하기 위해 정보를 얻는 과정으로 구성됩니다. (어크1이 생각나는 구성이기도 합니다.) 암살미션은 암살타겟이 건물 내부에 있고 플레이어는 다양한 우회로를 통해서 침입을 해서 암살을 하고 다양한 도주로를 통해서 도주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만 컨셉을 들으면 어쌔신 크리드에 맞는, 오픈 월드에 맞는 컨셉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러한 게임 구성 때문에 이번 어쌔신 크리드는 실내의 비중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같은 유비소프트의 게임인 스플린터 셀(컨빅션/블랙리스트)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엄청 떨어집니다. 유니티의 문제가 뭔지 알아보려면 스플린터 셀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유니티의 실내 맵은 우선 너무 단조롭습니다. 어딜 가도 실내는 비슷비슷한 맵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너무 적습니다.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파쿠르를 할 수 있는 지형지물도 없고 그저 허리를 숙인 채 적 시야 뒤로 돌아가는 일 밖에 하지 못합니다. 적들의 구성도 그 놈이 그 놈입니다. 그리고 스플린터 셀에서는 다양한 가젯을 이용해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유니티의 가젯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은엄폐 플레이의 최대 난점은 전투를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3.

유니티가 은엄폐를 중시하면서 전투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니까 전투하면 귀찮아지니까 몰래 죽여라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은엄폐 플레이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은엄폐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전투를 하게 되지만 전투마저 녹록치 않습니다. 일대다 전투에서 적들은 조금만 거리를 벌리면 총을 쏴대고 반격 판정도 전작처럼 관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나오는 적들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싸움 양상이 원패턴입니다. 특히 제일 유효한 전략은 연막탄을 뿌리고 공격키를 연타만 하면 됩니다.


4.

은엄폐도 재미없고 전투도 재미없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파쿠르일 겁니다. 하지만 어크의 피날레는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파쿠르가 큰 빛을 발휘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피날레 전의 잡다한 미션, 시퀀스 사이에 나오는 헬릭스와 관련된 미션에서 파쿠르를 내세우긴 합니다. 이건 전편과 대조하면서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데 원하지 않는데 올라가거나 원하는데 못 올라가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에 처음도 아니고 어크 시리즈를 거의 다 해본 1년 경력자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속도감은 있는 편이라 시원시원해서 파쿠르하면서 도시를 돌아다니는 맛은 있습니다.


5.

이 게임은 어떻게 보면 요즘 나오는 F2P 게임스러운 점들이 있습니다. 맵 곳곳에 있는 미션을 재 반복하면서 클리어하고 거기서 돈을 모아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더 강해진 상태로 다시 미션을 하고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들이 다원화 되어 있습니다. 자원들을 얻기 위해서는 각 자원마다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컨텐츠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소비됩니다. 그리고 게임 메커니즘 자체가 엉망이라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무기가 강해봤자 전투가 엉망이고 은엄폐가 잘 되는 옷을 입어봤자 은엄폐 자체가 엉망입니다.


6.

(스포일러!)

여기서는 그냥 불만스러웠던 점을 나열해보겠습니다.

-굳이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얘기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배경과 따로 놀거면 왜 굳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는지 의문입니다.

- 스토리는 양아버지를 죽인 배후를 쫓는 내용이지만 어크2처럼 통쾌하게 복수하는 내용도 아니고 그냥 양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뒤를 캐고 암살하고 뒤를 캐고 암살하고 특별한 감정선의 변화 없이 무난하게 반복하다가 끝나버립니다.

-유비가 어느 새부터인가 환각을 이용한 연출들을 남발하고 있는데 어크4에서는 켄웨이의 터닝포인트로 알맞게 쓰였습니다. 하지만 어크 유니티에서는 그냥 이런 장면을 넣어야겠다 하고 끼어 넣은 듯한 것이 보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주인공이 제일 밑바닥을 찍고 이제 올라와야 하는 것인데 4에서는 여태까지 한 일의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이제 바닥을 찍고 앞으로 잘해야겠구나 생각이 든다면 유니티에서는 연출 상 밑바닥을 억지로 찍어주기 위해서 괜한 트집으로 형제단에 제명되고 아르노는 또 그거 가지고 술 먹고 징징대고 있으니 우습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갑자기 겉멋이 들었는지 슬로우 모션이 가끔 쓰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제가 유니티인 만큼 템플러와 형제단 간의 연합을 보여주려나 기대했지만 템플러인 여자와 형제단인 남자의 사랑얘기만 있지 서로 다른 신념의 사람들 간의 연합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건 뭐 개인적인 불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