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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팀 컨트롤러 샀는데..

10월에 스팀 컨트롤러와 엑스박스 원 엘리트 컨트롤러를 구입했습니다. 엘리트 컨트롤러는 기어스 오브 워 4를 하기 전에 임펄스 트리거를 지원하는 컨트롤러를 사고 싶어서 샀습니다. 그리고 스팀 컨트롤러는 기존의 컨트롤러와 다른 구조의 컨트롤러라서 호기심이 든 것도 있고, 문명6 돌릴 때 쓰면 괜찮아 보일 것 같아서 한 번 구입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엘리트 컨트롤러는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감부터 시작해서 조작감, 패들까지 전부 제 맘에 들었습니다. 그 다음 스팀 컨트롤러를 기다렸는데 하필 제가 문명을 충분히 즐기고 난 후에야 도착했습니다. 뭐 어쨌든 왔으니 이것 저것 돌려가면서 한 두시간 테스트 해본 결과...

이건 좀 아니더군요.

일단 문제의 트랙패드부터 이야기 하자면 저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선 원하는대로 조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대강 저의 조준실력은 언차티드 모든 시리즈와 라오어를 클리어하면서 명중률이 5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인데 스팀 컨트롤러로는 수류탄을 원하는 위치에 던지는 것 조차도 고역이었습니다. 트랙패드의 경우에 두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마우스 모드와 조이스틱 모드인데 조이스틱 모드는 트랙패드를 아날로그스틱처럼 인식합니다. 터치한 곳이 중앙과 가까우면 조이스틱을 살짝 기울이는 효과가 나고 중앙과 멀어질 수록 아날로그스틱을 끝까지 땡긴 것처럼 빨리 시점이 움직입니다. 트랙패드의 범위가 기존 컨트롤러의 아날로그스틱 가동 범위 보다 넓기 때문에 실제 아날로그스틱에서 움직였던 거리보다 더 많은 거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이거는 감도만 바꿔주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트랙패드에서 손을 뗐다가 다시 댈 때 입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스틱이라면 스틱에서 손을 때는 순간 중립으로 돌아옵니다. 당연히 스팀컨트롤러에서도 트랙패드에 손을 떼면 중립이 됩니다. 하지만 다시 손을 트랙패드에 댈 때 트랙패드의 정중앙에 대야 합니다. 스팀 컨트롤러는 손가락이 제일 먼저 닿은 곳이 아닌, 트랙패드의 정중앙을 중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잘못대면 중립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손가락을 떼지 않으면 모를까 저처럼 손가락을 뗐다 댔다 하면서 플레이 하는 사람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마우스 모드로 설정을 변경하면 그럭저럭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노트북에 달린 트랙패드로 FPS게임을 하는 느낌이 납니다.(그래도 노트북 트랙패드보단 낫긴합니다만..) 적응하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컨트롤러가 스팀 컨트롤러 밖에 있음 모를까 다른 좋은 컨트롤러가 많은데 굳이 이놈을 써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LB와 RB 그리고 LT와 RT 버튼의 조작감이 너무 구립니다. LB와 RB는 딸깍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반발력이 강합니다. 심지어 트리거 버튼조차도 끝까지 땡기려면 딸깍 소리가 나게 땡겨야 합니다. 슈팅 게임을 할 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데스크탑모드로 웹서핑 같은 걸 할 때 엄청나게 불편합니다. 끝까지 땡겨야만 클릭이 되는데 끝까지 땡길려면 검지에 꽤 힘을 줘야 합니다. 트랙패드에 손가락을 얹은채로 그렇게 쎄게 땡기면 마우스 포인터가 흔들려서 클릭이 미스가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클릭미스를 피하려면 터치패드에 손가락을 아예 뗀 이후에 트리거를 땡겨야 하는데 트랙패드에 손가락을 떼면 마우스 포인터가 다른 곳으로 튈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설정에서 트리거를 끝까지 땡기지 않아도 클릭이 되게 설정했습니다.

햅틱은 꽤 좋았습니다. 꽤나 정교한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게 스마트폰에 좀 들어갔으면 좋겠더군요. 다만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시끄럽습니다. 감도를 약하게 하면 그렇게 시끄럽지 않지만 감도를 좀 강하게 쓰면 소리가 꽤 거슬립니다.

스팀컨트롤러는 원래 기본적으로 진동을 지원하지 않지만 설정에서 테스트용 진동을 킬 수가 있습니다. 근데 이 진동이 햅틱을 이용해서 진동을 냅니다. 진동구현은 괜찮습니다. 기존 컨트롤러에서 내는 묵직한 진동은 따라하기 힘들지만 그 외의 진동은 재현을 잘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햅틱은 강도가 강하면 소리가 시끄러워집니다. 그러니 햅틱으로 구현한 진동은 당연히 시끄럽습니다. (아직 테스트 단계라서 그런지 뜬금없이 강한 진동이 일분정도 지속되는 오류가 종종 납니다. 제일 강한 진동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원하는대로 커스텀이 가능한게 나름 장점인데 이게 문제는 당연히 커스텀이 다양할수록 유저에게는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밸브도 그걸 알고 나름 대책을 내놓은게..스팀워크샵에서부터 그린라이트, 번역까지 귀찮은 걸 전부 커뮤니티에 맡긴 밸브 답게 이것도 커뮤니티에게 맡깁니다. 유저가 일일히 세팅하지 않고 이미 세팅을 하기 위해 개고생을 한 선지자들의 세팅을 그대로 가져오는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떤 세팅인지 적용 전까지 미리 볼 수가 없고 유저가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작성자가 적은 이름과 설명뿐입니다. 적어도 평점과 댓글 정도는 남길 수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램이 듭니다. 그리고 평점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구요.


처음에 얘기했던대로 저는 이걸 문명 돌릴 때 쓰려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문명6를 해보았습니다. 무려 파이락스게임즈가 직접 세팅한 기본세팅이 있길래 그걸 적용했습니다. 조작은 좀 익숙해져야 하긴 했지만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딱딱한 자세로 잡는 것보다 조금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도 편한 자세로 문명을 할 수 있으니 나름 좋았습니다. 근데 사소하지만 엄청 거슬리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팝업창이 뜨면 그걸 일일이 확인버튼이나 X버튼을 포인팅한 다음 눌러서 꺼야 하는 점입니다. 기존의 패드 지원 게임에서는 A나 B버튼을 눌러서 팝업창을 끌 수 있었는데 그게 안되니까 팝업이 뜰 때 마다 엄청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일반적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특히 슈팅게임을 하기 위해서 살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그 돈이면 엑스박스 패드도 살 수 있고 듀얼쇼크도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밸브가 사후지원에 투자를 많이 할지도 의문이고, 정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A/S도 문제입니다. 꼭 스팀컨트롤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구입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사진은 현재 가지고 있는 컨트롤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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